슬로프낚시에 대해 궁금해 하는 입문자들이 많다. 슬로프낚시란 말 그대로 목줄이 슬로프(slope:경사지) 상태를 이루
는게 슬로프낚시다.
그럼 목줄이 슬로프 상태를 이룬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봉돌은 떠 있는데 바늘은 바닥에 닿으니까 그 사이의 목줄이
구부러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슬로프낚시는 결국 전층낚시 중에서 바닥낚시다. 두 바늘 중 하나만 바닥에 닿아도 바닥
낚시 혹은 슬로프낚시라 부르고, 두 바늘 모두 바닥에 닿아도 바닥낚시 혹은 슬로프낚시라 부른다.
그래도 바닥낚시와 슬로프낚시는 뭔가 차이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입문자들이 많다. 슬로프낚시가 바닥낚시의 한 종
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그럼 바닥낚시라는 말이 있는데 왜 어려운 슬로프낚시라는 이름을 만들었을까? 슬로프
낚시라는 말은 2003년 여름에 다솔낚시마트 최주식 사장이 만들었다. 그는 왜 그말을 만들었을까?
90년대 초에 한국에 도입된 일본식 떡붕어낚시는 떡밥을 바닥에 띄워서 낚는다고 띄울낚시와 중층낚시라는 이름이 쓰이
다가 90년대 중반부터 중층낚시라는 말로 통일되었다. 그러나 이후 중층낚시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은 상황들이 발견되
었다.
우리나라 낚시인들은 떡붕어도 토종붕어처럼 바닥에서 낚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또 유료낚시터의 중
국붕어는 중층낚시용 채비와 낚시방법으로 하되 역시 떡밥을 바닥에 깔았을 때 잘 낚인다는 사실을 알았다. 사실 일본
에서 중층낚시는 수심층별 기법의 하나일 뿐이다. 떡붕어낚시는 그냥 '헤라부나츠리'이며 떡밥을 띄울 때는 '주츠리', 바
닥에 깔 때는 '소꼬츠리'다.
그래서 '떡밥을 바닥에 깔아서 낚는데 중층낚시라 부를 수는 없다'는 주장들이 제기되었고, 그 결과 '내림낚시'라는 새
용어가 생겨낚다. '내림'이라는 단어 속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첫째, 떡밥을 바닥에 내린다는 뜻과 입질이
오면 찌가 내려간다는 뜻이다.(두 번째 의미의 반대말로 토종붕어 입질은 찌가 올라온다고 해서 전통 토종붕어 바닥낚시
를 '올림낚시'라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내림낚시는 그 후 중국붕어낚시, 중국붕어를 대상으로 한 '경기낚시' 를 뜻하는 말로 좁게 한정되어 갔고(그 와
중에 내림낚시와 비슷한 뜻으로 '속공낚시'라는 말이 한때 유행하기도 했다) 떡붕어낚시는 바닥을 노려도 여전히 중층낚
시라는 말이 많이 쓰였다.
중층낚시 채비로 바닥을 노리는 상황! 그것을 가장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닥공략 중층낚시'지만 그렇게 긴 이름
으로 부를 사람은 없었다.
경기낚시를 즐기는 일명 양어장파들은 '내림낚시'라 부르며, 일본식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바닥낚시(소꼬츠리)'인데
그 어느것 하나 딱 떨어지는 용어는 없었다.
그래서 최주식씨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마루큐떡밥의 한국총판으로, 떡붕어 바닥공략용 떡밥의 사용법을 홍보해야 했
고 그에 맞는 적절한 낚시용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는 결국 슬로프낚시라는 말을 고안해냈는데 다행히 낚시인들은 그
이름을 흥미롭게 받아들였고 슬로프낚시는 다솔낚시마트가 의욕적으로 시행해온 떡붕어낚시 강좌인 '헤라스쿨'을 통해
널리 확산된 것이다.
이처럼 슬로프낚시는 정확히 표현하면 바닥공략 전층낚시다(초창기 띄울낚시 위주의 중층낚시가 슬로프낚시 위주의 바
닥낚시로 전향하면서, 중층이란 말보다 표층-중층-바닥층을 모두 아우르는 전층낚시라는 말이 새로 생겨났다). 슬로프
낚시의 가장 큰 핵심은 목줄의 슬로프(경사)를 조절하는 데 있다. 즉 봉돌을 바닥 가까이 가라앉혀서 목줄의 경사도를
45도 이상으로 많이 줄 것인지, 봉돌을 더 띄워서 목줄의 경사도를 수직에 가깝게 만들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슬로프낚
시의 핵심이며, 그런 목줄의 경사도 조절에 따라 붕어를 많이 낚을 수도 적게 낚을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슬로프낚시 대신 '바닥낚시' 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그 원인은 첫째, 슬로프낚시가 다솔낚시마
트의 최주식 사장이 고안한 말이다 보니 마루큐 떡밥을 즐겨 쓰는 낚시인들 사이에서는 빠르게 퍼졌으나 다른 회사의 떡
밥을 사용하는 낚시인들은 의도적으로 사용을 꺼리는 면이 있다. 둘째, 과거에는 바닥낚시라면 으레 토종붕어낚시를 뜻
라는 말이었으나 떡붕어낚시나 중국붕어낚시를 즐기는 인구가 많이 늘면서 그냥 바닥낚시라고만 해도 그들 사이에서는
충분히 그 뜻이 전달되기 때문이다.
아무튼 낚시용어는 낚시인들 사이의 약속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명력을 가지기도 하고 사라지
기도 한다. 띄울낚시-중층낚시-내림낚시-슬로프낚시-바닥낚시-전층낚시 ... 입문자에게는 미안할 정도로 비슷한 뜻의
다른 이름들이 많지만 어쩌겠는가? 다양한 낚시용어가 결국 낚시기법의 다양한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 용어의 뜻
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그 낚시장르의 절반은 이해한 것이나 다름없다. 아무튼 "슬로프낚시 = 바닥공략용 전층낚
시"라고 이해하면 되겠다.
낚시춘추 11월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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